발효는 전 세계 모든 식문화의 공통된 기술이지만, 그 방식과 발전 경로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특히 아시아와 서양은 기후, 식재료,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인해 발효음식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와 서양 발효음식의 비밀을 '재료', '방식', '역사'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교하고, 그 속에 담긴 전통과 철학을 살펴보겠
습니다.
발효의 비밀 재료: 자연을 담은 발효의 시작점
발효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되는 원재료에서 출발합니다. 아시아의 발효음식은 주로 식물성 재료가 중심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콩(된장, 간장, 청국장), 채소(김치, 피클류), 곡물(누룩, 막걸리)이 주재료로 사용됩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이 농경 중심 문화였으며, 식물성 단백질이 주요 영양공급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미소된장은 쌀과 보리를 함께 사용하여 독특한 감칠맛을 창출하고, 중국의 두반장이나 장류 역시 콩을 기반으로 깊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서양은 동물성 및 유제품을 주로 활용합니다. 우유는 요거트와 치즈의 핵심 재료이며, 보리와 홉은 맥주의 기초가 됩니다. 포도는 와인 발효의 핵심이며, 밀은 사워도우 빵의 주재료입니다. 서양은 유제품 소비가 활발했던 기후 및 문화적 특성상 우유 기반 발효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했고, 건조한 기후에서는 육류 발효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아시아는 콩, 채소, 곡물인 식물 기반의 발효가 중심이며, 서양은 유제품과 곡물, 과일을 활용한 동물 및 당류 기반인 발효가 발달했습니다.
방식: 전통과 과학의 접근 차이
발효의 방식에도 지역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아시아의 발효는 오랜 시간 자연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특별한 도구가 없이도 온도, 습도, 햇빛 등 자연조건을 활용해 발효가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은 항아리 속에서 자연온도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간 천천히 숙성되며, 김치는 계절 변화에 따라 저장 환경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발효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전통적 방식은 ‘시간과 정성’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발효균 또한 자연에서 얻은 종균이나 누룩을 사용합니다. 일본의 누룩균(아스퍼질러스 오리제)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발효균으로, 효소 활동이 강해 다양한 식재료의 단백질, 전분을 분해하여 맛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서양의 발효는 비교적 과학적 접근이 빠르게 도입되었습니다. 고대에는 자연 발효에 의존했지만, 중세 이후로는 종균 관리, 온도 조절, 시간 계산 등 체계적인 발효법이 발전했습니다. 특히 치즈 제조는 미생물 균주 선택, 숙성 온도, 습도 조절 등 정밀한 공정을 거치며, 요거트도 특정 유산균 배양 조건을 철저히 관리하여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합니다. 즉, 아시아는 자연친화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했다면, 서양은 실험과 기술을 통해 정밀하고 표준화된 발효 방식을 구축해 왔습니다.
역사: 문화와 시대가 반영된 진화
아시아와 서양의 발효는 각각의 문명과 시대적 요구에 맞춰 발전해 왔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발효가 주로 식량 보존과 건강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김치는 겨울철 채소 부족을 대비하기 위한 저장식으로 시작되었으며, 된장과 간장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시대의 대체식품이었습니다. 특히 청국장은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육식이 제한된 시기, 고단백 발효식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서양에서는 발효가 주로 풍미와 기호식품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치즈와 와인은 단순한 보존 식품을 넘어 귀족 문화, 종교, 예술과도 결합되며 품격 있는 식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포도주와 맥주는 종교의식에서도 사용되었고, 유럽 각국은 자신들만의 치즈와 와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발효는 대규모 식품 제조업과 연계되며 표준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여전히 가정 발효, 지역 발효 중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 기술과 결합해 ‘프리미엄 발효’ 제품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결 론
아시아와 서양의 발효문화는 재료, 방식, 역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지역적 지혜와 문화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시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발효 방식으로 건강과 소박한 미학을 전하며, 서양은 정밀한 기술과 풍미의 다양성을 강조한 발효문화로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두 문화를 융합해 더 건강하고 풍부한 식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한 끼 식사에 아시아와 서양 발효음식을 함께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