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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발효음식의 과학 (발효균, 산도, 풍미 차이)

by think60907 2025. 8. 1.

산미가 풍부한 요거트 드링크
산미가 풍부한 요거트 드링크

발효음식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지식이자 생화학적 조리 기술의 정수입니다. 김치와 된장, 요거트와 치즈 등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으로, 발효균의 활동, pH 변화, 맛 성분 형성 등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동서양 발효음식이 과학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발효균’, ‘산도(pH)’, ‘풍미 성분’ 세 가지 관점에서 비교 분석합니다.

발효음식의 과학   발효균: 다양한 균주와 작용 메커니즘

발효의 핵심은 미생물입니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식품의 형태, 향, 맛, 영양 성분이 결정됩니다. 동양 발효음식에서는 다양한 미생물이 공존하는 ‘혼합균주 시스템’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김치에는 Lactobacillus plantarum, Leuconostoc mesenteroides 등의 젖산균이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산도와 향미를 형성합니다. 된장과 간장에는 Aspergillus oryzae라는 곰팡이와 함께 Bacillus subtilis, Tetragenococcus halophilus 등이 작용해 단백질을 분해하고 감칠맛 물질을 생성합니다. 이런 균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식의 깊은 맛과 보존성을 높입니다. 반면 서양 발효식품은 비교적 단일 또는 2~3종의 특화된 균주를 사용합니다. 요거트의 경우 Lactobacillus bulgaricus와 Streptococcus thermophilus가 주를 이루며, 치즈는 종류에 따라 Penicillium camemberti, Lactococcus lactis, Propionibacterium freudenreichii 등이 사용됩니다. 발효 과정은 표준화되어 있고, 품질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양은 ‘다양성과 상호작용’, 서양은 ‘정밀성’과 ‘일관성’을 기반으로 발효균을 활용하고 있다는 과학적 특징을 갖습니다.

산도: pH 변화와 식품 안전성

발효는 식품의 pH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로 인해 식중독균의 생장을 억제하고, 보존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치의 발효 초기 pH는 약 5.5 정도이며, 숙성이 진행되면 4.0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때 주로 젖산균이 유기산을 생성하며 산도를 높이고, 유해균을 억제합니다. pH 4.2 이하의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성 세균이 활동하지 못해 김치는 장기 저장이 가능해집니다. 된장과 간장은 높은 염도와 함께 산도(pH 약 5.0~6.0)를 유지하며, 염도와 pH의 복합 작용으로 안정적인 발효가 지속됩니다. 요거트는 pH가 약 4.5 전후이며, 발효 완료 시 산성도가 강한 편입니다. 유산균이 락토오스를 젖산으로 전환하면서 pH를 낮추고, 이로 인해 특유의 새콤한 맛과 걸쭉한 텍스처가 형성됩니다. 치즈는 종류에 따라 산도가 다르며, 연질 치즈는 보통 pH 4.6~5.0, 숙성 치즈는 그보다 높게 유지됩니다. 산도는 발효식품의 안정성과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입니다. 동양은 산도 조절을 미생물 간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반면, 서양은 특정 균주를 이용해 일정한 산도 범위를 빠르게 달성하는 기술 기반 접근이 특징입니다.

풍미: 감칠맛과 향을 결정짓는 화학적 요소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화학물질 중 일부는 음식의 맛과 향을 결정짓습니다. 이 성분들은 각 문화권의 식재료, 발효 조건, 미생물 조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동양 발효음식은 감칠맛(umami)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된장, 간장, 청국장 등에는 글루탐산, 핵산계 물질(이노신산, 구아닐산), 아미노산 유래 유기산 등이 풍부합니다. 김치는 발효 중 생성되는 젖산, 아세트산, 에탄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큼하고 진한 풍미를 형성하며, 숙성 정도에 따라 톡 쏘는 맛도 증가합니다. 서양 발효음식은 유제품 특유의 고소함과 산미가 강조됩니다. 요거트는 유산 생성 외에도 아세트알데하이드와 디아세틸 같은 향기 성분이 있어 상쾌한 맛을 냅니다. 치즈는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케톤, 지방산, 유황 화합물, 메틸케톤 등 복잡한 향미 물질이 생성되며, 특정 곰팡이나 박테리아에 따라 고소함, 고릿한 맛, 너티한 풍미가 강조됩니다. 풍미 측면에서 동양은 '짭조름하고 복합적인 감칠맛', 서양은 '고소하고 진한 향'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발효 미생물이 만든 화학 성분의 차이에서 비롯된 과학적 결과입니다.

 

결론

 

발효음식은 단순히 오래된 조리법이 아닌, 미생물과 화학이 결합된 과학입니다. 동양은 자연의 균형과 발효균의 공존을 통해 복합적인 맛과 영양을 만들어내고, 서양은 균주 선택과 공정 관리로 정밀하고 일관된 품질을 실현합니다. 김치와 요거트, 된장과 치즈를 함께 이해한다면 발효음식을 더욱 과학적으로 즐기고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식탁에 발효 과학을 더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