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음식의 맛을 살리고, 보존성을 높이며, 건강에도 이로운 영향을 주는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과학입니다. 하지만 동서양 발효식품은 사용하는 미생물, 적절한 온도 조건, 그리고 저장 방식까지 서로 다르게 발전해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발효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동서양 발효문화의 핵심 차이를 미생물, 온도, 보관법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발효의 원리와 동서양 차이 미생물: 종류와 역할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
발효는 미생물의 활동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동양과 서양은 각각의 식문화와 환경에 맞는 미생물을 활용해 발효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동양에서는 곰팡이, 박테리아, 효모를 혼합하여 발효하는 ‘혼합 발효’가 주를 이룹니다. 대표적으로 된장, 간장, 청국장에서는 Aspergillus oryzae, Bacillus subtilis, Lactobacillus 속의 유산균이 함께 작용해 단백질 분해, 산 생성, 풍미 증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김치의 경우도 젖산균과 효모, 기타 박테리아가 협력적으로 활동하면서 복합적인 맛과 보존성을 갖추게 됩니다. 서양은 비교적 ‘단일 미생물’ 혹은 1~2종 중심의 발효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요거트는 Lactobacillus bulgaricus와 Streptococcus thermophilus가 주로 사용되며, 치즈는 스타터 박테리아와 응고 효소, 곰팡이(Penicillium 등)가 특정 단계에 따라 작용합니다. 빵 발효에는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가 중심 역할을 합니다. 즉, 동양은 다양한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합미와 기능성을 추구하며, 서양은 목적에 맞는 균주의 선택과 정제를 통해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도: 자연 발효와 제어 발효의 방식 차이
발효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 유지가 필수입니다. 동양은 오랜 시간 자연 환경에 의존하여 계절과 지역의 온도 변화에 따라 발효를 조절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는 겨울철 온도를 활용한 저온 발효가 일반적이며, 된장이나 간장은 항아리를 통해 봄~가을까지 장기간 발효되는 식으로, 사계절의 기후 변화가 맛과 향에 깊이를 더합니다. 청국장은 온돌이나 따뜻한 장소에서 단기간 고온 발효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자연 제어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서양 발효는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과 함께 온도 제어가 정밀하게 발전했습니다. 유제품 발효는 일반적으로 35~45℃에서 일정하게 진행되며, 치즈 숙성은 종류에 따라 10~15℃ 내외로 조절됩니다. 와인, 맥주, 사워도우 같은 경우도 모두 특정 온도대를 유지하면서 발효 속도와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합니다. 결론적으로 동양은 환경에 순응하며 변화를 수용하는 발효 방식이 주를 이루고, 서양은 온도를 통제하며 일관된 결과를 추구하는 체계적 발효 방식으로 나뉩니다.
보관법: 숙성 중심과 냉장 보존의 접근 차이
발효식품은 제조 이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품질과 영양, 맛이 좌우됩니다. 동서양은 보관 방식에서도 문화적, 기술적 차이를 보입니다. 동양 발효식품은 대부분 장기 숙성을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은 항아리나 저장고에 두고 숙성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깊어지고 기능성이 강화됩니다. 김치는 예전에는 땅에 묻어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으며, 지금은 전용 김치냉장고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숙성에 따라 풍미가 계속 변화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반면 서양 발효식품은 냉장 보관이 기본입니다. 요거트나 치즈는 냉장 상태에서 일정 기간 신선함을 유지하며, 유통기한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와인이나 발사믹 식초처럼 오랜 숙성을 필요로 하는 제품도 있지만, 보통 산업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숙성되며, 소비자 가정에서는 바로 섭취 가능한 형태로 유통됩니다. 동양은 ‘보관하면서 숙성되는’ 개념이 강하고, 서양은 ‘완성 후 보존하는’ 개념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발효식품을 활용하는 방식과 주방에서의 관리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
발효는 미생물, 온도, 보관이라는 세 요소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가능한 과학적 조리 과정입니다. 동양은 자연환경과 함께 살아온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발효 문화를 지녔고, 서양은 기술과 체계로 정제된 발효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음식 선택은 물론, 발효식품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식탁에서도 이 두 문화의 지혜를 조화롭게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