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홍어와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은 각각 동서양을 대표하는 발효생선으로, 오랜 역사와 독특한 향, 숙성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이 두 전통음식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각 나라의 기후, 문화, 식습관까지 반영한 결과물로 평가받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식 홍어와 스웨덴식 수르스트뢰밍의 숙성법, 향미, 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 자세히 비교해보겠습니다.
홍어, 그 독특한 암모니아 향의 미학
한국 남부지역, 특히 전라남도에서 즐겨 먹는 홍어는 오랜 시간 자연발효를 통해 암모니아 향을 머금은 전통식품입니다. 홍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발효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주로 흙이나 짚더미에 묻어 15도 내외의 자연온도에서 약 2주 이상 숙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홍어 특유의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생성되며, 이는 숙성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합니다.
홍어의 발효는 외부 박테리아뿐 아니라 내부 효소작용에 의해 진행되며,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생선을 부패시키는 대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풍미를 살려줍니다. 이러한 발효는 단순한 저장 목적이 아니라, 식욕을 자극하고, 소화를 도와주는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홍어는 주로 김치,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홍어삼합'으로 즐기며, 코를 찌르는 강한 향과 독특한 식감이 중독성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고령층과 향토 음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그 향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일종의 미식가 척도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수르스트뢰밍,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발효생선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은 발효 청어로 만들어지며, 세계적으로 악취가 심한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수르스트뢰밍의 제조법은 청어를 잡은 후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염장한 뒤, 밀폐된 통에 넣어 저온에서 약 6개월 이상 발효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때 통조림 안에서 가스가 차올라 캔이 부풀어 오르고, 개봉 시 강한 악취가 퍼지는데, 이는 메탄, 황화수소, 부티르산 등 다양한 발효 부산물이 원인입니다.
수르스트뢰밍은 스웨덴 북부 해안 지역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겨울에 먹을 생선을 저장하기 위한 생존형 식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특유의 풍미와 향신료 없이 생선만의 맛을 즐기는 정통 발효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를 얇은 빵(툰브뢰드)에 감자, 양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며, 주로 야외에서 개봉해 악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럽에서는 발효음식이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수르스트뢰밍은 매우 독특한 사례로 평가되며, 각종 먹방 콘텐츠나 도전 영상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악취 음식'입니다. 그러나 정통 스웨덴 가정에서는 명절이나 축제 기간에 가족 단위로 즐기는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숙성 방식과 향미의 차이
홍어와 수르스트뢰밍은 모두 발효생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숙성 환경과 사용하는 염도, 향미의 방향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홍어는 무염 발효에 가까운 반면, 수르스트뢰밍은 염장을 통해 발효를 유도합니다. 또한 홍어는 외부 자연환경에 의존한 숙성 방식인 반면, 수르스트뢰밍은 밀폐된 통 안에서 가스를 유도하는 밀봉 발효입니다.
향 역시 결정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홍어는 암모니아 냄새가 강하며, 혀를 자극하는 강렬한 맛이 특징입니다. 반면 수르스트뢰밍은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가 주를 이루며, 풍미보다는 냄새의 임팩트로 기억됩니다. 문화적으로도 홍어는 한국의 지역 정체성과 연결되고, 수르스트뢰밍은 유럽 내 소수 문화로 자리잡아 마니아층 중심으로 소비됩니다.
영양 측면에서는 두 음식 모두 고단백 발효식품이며,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향과 맛의 특이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는 모두 한계가 있으며, 대신 자국 내 전통음식으로의 가치는 높게 평가됩니다.
항목 | 홍어 (한국) | 수르스트뢰밍 (스웨덴) |
---|---|---|
원재료 | 홍어 (가오리류) | 청어 |
발효 방식 | 자연 발효 (무염에 가까움) | 염장 후 밀폐 발효 (저염) |
숙성 환경 | 흙, 짚더미 또는 냉장 숙성 | 통조림 캔 내부에서 6개월 이상 발효 |
주요 향 | 강한 암모니아 향 | 신 냄새, 황화수소 계열의 악취 |
소비 방식 | 김치, 돼지고기와 함께 (삼합) | 얇은 빵, 감자, 양파와 함께 |
향에 대한 인식 | 향토음식으로 자부심, 지역 정체성 상징 | 세계에서 가장 악취 나는 음식 중 하나 |
유래 배경 | 저장식품에서 향토미식으로 발전 | 혹한기 생존식에서 명절 음식으로 변화 |
글로벌 인기 | 국내 중심 소비 | 유튜브 등 도전 콘텐츠로 해외에 알려짐 |
건강 기능 | 소화 촉진, 유산균 포함 | 발효로 인한 단백질 분해, 위생 논란 있음 |
한국의 홍어와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은 단순히 '냄새 나는 음식'을 넘어, 해당 지역의 환경과 문화, 식생활이 녹아든 유산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효를 이해하고 계승한 결과물이지만, 공통적으로 고유의 전통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전통 발효음식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그 냄새 너머의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