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인류의 식문화와 생명과학을 동시에 아우르는 중요한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발효 과정은 단순히 원재료의 보존성을 높이고 맛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영양소와 기능성 물질을 창출하여 인간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특히 비타민 B군과 비타민 K2는 발효식품에서 중요한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영양소는 에너지 대사, 신경계 안정, 혈액 응고, 뼈 건강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며,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의 대사활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합성됩니다. 본 글에서는 발효 중 생성되는 비타민 B군과 K2의 합성 원리, 기능적 가치, 그리고 현대 영양학적 의의를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합성되는 비타민 B군의 역할과 영양학적 가치
비타민 B군은 수용성 비타민의 집합체로, 각각이 대사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은 복잡한 유기물질을 분해하고 대사 하면서 비타민 B군을 합성합니다. 김치, 된장, 청국장, 요구르트, 사워도우 빵 등 발효식품은 이러한 비타민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 비타민 B1(티아민)은 당 대사에 중요한 조효소 역할을 하며, 발효 과정에서 효모와 젖산균이 이를 합성해 식품의 영양가를 높인다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 비타민 B2(리보플라빈)는 세포 호흡 과정에서 FAD(FADH₂) 형태로 전자 전달계에 관여합니다. 김치 발효 시 젖산균은 리보플라빈을 생성해 소비자의 체내에서 에너지 대사를 촉진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비타민 B6(피리독신)는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하며, 발효 콩 식품에서 높은 수준으로 검출됩니다. 이는 단백질 식품의 소화와 이용률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 비타민 B9(엽산)은 DNA 합성과 적혈구 형성에 중요한데, 요구르트 발효 과정에서 젖산균이 엽산을 합성하여 임산부나 성장기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비타민 B12(코발라민)은 동물성 식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발효 콩 식품(예: 청국장, 템페)에서는 바실러스 균주가 B12를 생성합니다. 채식주의자들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공급원으로 제공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합성한 비타민 B군은 식품 자체의 영양 밀도를 향상시키며,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 영양소를 자연스럽게 보충하게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가공식품 섭취가 많아지면서 비타민 결핍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발효식품은 효과적인 보완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발효 중 미생물이 합성하는 비타민 K2의 기능과 건강학적 의의
비타민 K2는 주로 미생물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K1과 달리 뼈와 심혈관 건강에 깊이 관여한다. 특히 메나퀴논(MK) 계열로 알려진 K2는 체내 칼슘 대사를 조절하여 뼈와 치아를 강화하고, 동맥 내 칼슘 침착을 억제하여 혈관 건강을 보호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낫토(natto)가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 발효 콩 식품인 낫토는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균이 발효 과정에서 MK-7 형태의 K2를 다량 생성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낫토를 꾸준히 섭취하는 지역 주민들은 골다공증 발생률이 낮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즈나 요구르트와 같은 서양 발효 유제품에서도 K2가 일정 수준 검출되며, 특히 장기간 숙성된 하드 치즈에서 MK-4, MK-7이 풍부합니다.
비타민 K2의 중요한 기능은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뼈 내 칼슘 결합을 촉진하고, 동시에 매트릭스 Gla 단백질(MGP)을 활성화시켜 혈관 내 칼슘 축적을 억제하는 데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K2는 뼈를 단단하게 유지하면서도 혈관을 건강하게 지키는 이중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처럼 발효 과정을 통해 합성되는 K2는 단순한 영양소 보충을 넘어, 노화와 관련된 골격 질환 및 심혈관 질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발효 영양소의 생체이용률과 현대적 영양학적 의미
발효식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미생물이 생성한 영양소가 체내 흡수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합성 보충제 형태의 비타민은 흡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발효를 통해 생성된 비타민은 단백질 결합 형태나 활성화된 대사산물 형태로 존재하여 체내 이용률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효 요구르트에서 생성된 엽산은 일반 합성 엽산보다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흡수되며, 발효 치즈의 K2는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액 내로 운반됩니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젖산, 유기산, 효소들은 장내 미생물총을 개선해 영양소 흡수를 촉진하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현대 학계에서는 발효식품이 단순한 영양 보충을 넘어 기능성 식품(functional food)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발효식품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뿐 아니라 장내 건강, 면역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는 발효식품의 정기적인 섭취가 대사증후군, 골다공증, 빈혈,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발효 중 생성되는 비타민 B군과 K2는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생활을 보완하는 핵심 건강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결 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비타민 B군과 K2는 영양학적, 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비타민 B군은 에너지 대사, 신경계 안정, 적혈구 생성 등 다양한 대사 기능을 지원하며, K2는 뼈와 혈관 건강을 동시에 보호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생성한 영양소는 체내 생체이용률이 높아, 단순 보충제를 통한 섭취보다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발효식품을 단순한 전통 식품을 넘어 기능적 영양 공급원으로 격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생물 발효 연구가 더욱 발전함에 따라, 발효식품을 통한 영양소 공급은 현대인의 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예방에 있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